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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 Saying

정직이 이겼다

민자매아빠 2007. 4. 4. 17:02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다가
그만 앞차의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크게 부딪힌 게 아니었지만 흉이 나 있었다.
난 어쩌나 하고 당황해 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재빨리 메모 하나를 남겨 놓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실수로 뒷범퍼에 흉을 내게 되었으니
보시는 대로 연락을 주세요!" 라고 말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고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차는 거기에 주차된 지 한달이 넘은 차였다.
나는 속으로 그냥 들어갔으면 싶었다.

두 주가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자꾸 창문 밖으로 그 차 앞에
붙어 있는 메모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거기 딱 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불고 비가오던 날이었다.
그날도 습관처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 메모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빨리 내려가 보았더니 바람에 날렸는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비에 젖어서
연락처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속으로 난 쾌재를 불렀다.
"잘 됐다! 연락도 안 오고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뭘."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더니 이번엔 더 크고
진하게 써서 내려가더니 웬만한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도록 붙여 놓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는 남편이 미울 정도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한 달쯤 지나 아침에 전화가 왔다.
그 차주였다. 떨리는 맘으로 내려갔다.
돈을 얼마나 요구할 지 걱정이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마음에 근심이 많았다.

그 주인은 우리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이 메모를 아저씨가 쓰셨나요?"
"네. 제가 썼습니다!"
"요즘 세상에 참 보기 힘든 사람이군요!
그것도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렇게
정직하게 메모를 남겨 놓다니요!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정직이 이긴 것이다!


- 주 안 에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직하지 않을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정직하지 않음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정직해도 상대방이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다소 바보 같은 "진심은 통한다"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손해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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