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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엄마
제가 일곱 살 때였습니다.
막내인 저를 유난히 사랑해 주신 어머니가
어느 날 시장에서 아주 예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습니다.
"아껴 신어야 돼."
어머니는 운동화를 신겨주시고는
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엄청난 개구쟁이였기에
아무리 새 신발이라도 금방 닳아서
구멍이 나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의 가구점에서
책상과 의자를 수북이 쌓아 놓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인 우리 친구들이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죠.
저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를 밟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의자 더미가 흔들리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쿵"
저는 그대로 뒤통수부터 땅바닥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울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내 신발... 내 신발 어딨어?"
뒤로 넘어지면서 운동화 한 짝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아껴 신어야 돼.'
어머니의 말이 귀에 맴맴 돌았고,
어린 마음에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혼날까봐 두려웠습니다.
저의 울음소리에 순식간에 뛰어나오신 어머니는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셨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저를 낚아채듯
들어서 안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뛰셨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정신을 잃은 제가
얼마 후 깨어나 어머니를 찾자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나저나 신발이 걱정이었습니다.
"엄마, 내 신발은?"
"응, 걱정하지마. 엄마가 찾아 놓았어."
어머니는 신발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제가 무사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뒷머리에는 아직도 그 때 생긴 흉터자국이 있습니다.
이 흉터는 제가 어머니께 진 사랑의 빚입니다.
- 박 경 원 -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아주 사소한 것에도 뭉클합니다.
이전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심정들이 절실하게 이해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