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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웃고, 울고, 뛰면서 잘 자라주고 있는 행복한 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전임 대통령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단다. 더구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단다. 나중에 네가 커서 기사를 보면 너만의 시각으로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하겠지만 대통령님이 하늘나라로 가신 이유는 세상에 정의나 행복 같은 꿈을 쫓는 사람보다 현실적인 이익과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그래 민지야 불행하게도 네가 태어난 나라는 참 무서운 나라란다. 정의를 이야기하면 외계인 같은 별종으로 치부되고, 현실적인 돈이나 권력을 쫓지 않으면 멍청한 사람이라고 취급을 받는단다. 그래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 중에는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훨씬 많단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거야. 그렇게 살지 않으면 세상은 너무 많은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그들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점점 그렇게 변해갔을 거야. 세상은 보이지 않는 순수한 영혼 같은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돈이나 집의 크기 같은 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행복의 크기를 재고 있단다.
아빠도 그들처럼 영악하게 살아야 우리 민지에게 더 좋은 것들을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무엇보다 네가 나중에 이루고 싶은 꿈을 더 쉽게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서 고통 받지 않게 해 주려면 더 영악해지고 현실적이 되어야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 아빠를 우리 민지는 자랑스러워할까? 그런 아빠의 모습으로 인해서 민지도 인간으로서의 숭고함보다는 남과 경쟁에서 이기고 더 높은 곳만을 원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아빠는 네가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갈 수 있는, 주변 모든 것들이 힘들어도 너의 가슴에 담긴 강한 의지와 꿈으로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옳다고 하는 것은 옳다고 이야기하고 잘못된 것에는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하지만 그것을 바라면서도 세상은 그런 당당함에 대해 또 다른 고통을 갖게 하기 때문에 아빠로서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의 좋은 것만 보고, 나쁘고 힘든 것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단다. 엄마는 네가 그렇게 곱게 곱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한단다.
아빠는 그래서 참 많이 헷갈린단다. 다소 인간적이지 않더라도 현실적이고 조금은 탐욕적인 그래서 많은 것들을 줄 수 있는 아빠가 좋은 아빠인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살아가는 인간적인 아빠가 좋은 아빠인지? …
물론 어느 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지만 세상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강요하기도 한단다. 아마 이것은 아빠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아빠, 엄마들이 겪는 고민일거야. 삶에 대해서 아빠도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참 혼란스럽단다. 네가 태어나고 커갈수록 삶에 대한 질문은 하나, 둘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반대로 참 많은 질문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만약 우리 민지가 조금 더 크면 이런 아빠의 고민에도 현명한 답을 줄 수 있겠지?^^ 다만 나중에 네가 너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을 때 아빠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고 이런 고민들도 했음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 본다. 아마 민지도 지금 아빠 나이가 되면 같은 고민을 하게 될 테고…
우울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여전히 아빠와 엄마 민지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는 참 많은 시간과 희망과 기회, 행복이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벌써 참 많이 행복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