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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 Saying

배려

민자매아빠 2007. 8. 12. 15:43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채택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빈부의 격차이다.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은 점점 더 못 살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 아젠다의 중심에 있는 이슈가 바로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얼마 후에는 파산이 될 거라는 국민연금도 핵심 주제는 “돈 있는 사람이 그 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해결책은 찾기 어려운 것이다. 강남 곳곳에 붙어있는 “지방세 공동 분배 절대 반대”라는 현수막을 봐도 현재 한국의 부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왜 우리가 낸 세금을 다른 동네를 위해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아젠다 중 하나가 바로 배려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 역시 부자 입장을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올까? 젊은이가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정상인이 장애인이 어떤지를 알려고 한다면 정말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대로 노인을 많이 배려한 국가이다. 음식에서도 이는 나타난다. 치아가 시원찮은 노인을 위해 음식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숙깍두기이다. 글자 그대로 무를 한 번 찐 다음 깍두기를 담그는 것이다. 당연히 부드러운 깍두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섭산적이란 음식도 그렇다. 고기만을 다져 만든 산적조차 힘겨워 하는 노인을 위해 만든 음식이다. 고기를 곱게 다지고 다진 다음 부드러운 두부와 섞어서 양념한 다음 창호지를 깔고 석쇠에서 굽는단다. 창호지를 깐 이유는 타는 것을 방지하고 은근하게 굽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아주 부드러워진다. 타락죽도 노인을 위한 음식이다. 죽만을 드리자니 영양가가 적다고 생각해 당시 귀한 음식이었던 우유를 넣어 죽과 함께 만든 것이다. 우유가 흔해지면서 지금은 별로 귀한 음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에까지 배려의 정신이 스며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난한 사람을 배려한 사람들로는 경주 최 부자집을 빼 놓을 수 없다. 권력은 십 년 가기 어렵고, 부는 삼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데 이들은 10대 300년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 장수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그들은 흉년에는 절대 땅을 사지 않는다. 사실 흉년이 부자들에게는 부를 늘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싼 값에 논을 내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논을 흰죽 논이라고 불렀다. 흰죽 한 그릇 얻어먹고 논을 내 놓았다는 말이다. 경주 최씨는 이런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파장 때도 물건을 사지 않았다. 오전에 제 값을 주고 물건을 샀다. 재산도 어느 이상 늘리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 돈을 벌게 되어 있다. 이들도 얼마든지 돈을 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만 섬까지를 한계로 정하고 만 섬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경주 최씨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이다.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은 소작료였다. 보통 70%까지 받는데 이들은 40% 선에서 멈췄다. 이외에도 과객을 후하게 대접했다. 1년에 1/3의 양식을 과객에게 대접했다. 또 사랑채에서 두 손이 겨우 들어가도록 입구를 좁게 만든 뒤주가 있었다.

이런 배려 덕분에 경주 최씨는 인심을 얻었다. 일제 시대 때 경주 최씨는 독립군 자금을 대다 들통이 나고 이 때문에 부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당시 총독 아리가는 부도 처리하지 않는다. 이들을 부도처리 하게 되면 민심이 흉흉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동학란, 전쟁 등 사회적 혼란기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런 가난한 사람, 이웃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다.


지식과 자기발전에 대해서는 끊없는 욕심을 가저야겠지만 그 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민지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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